3조 : 송0린
나미야잡화점의 기적 + 빨간 그네를 탄 소녀 + 내게 무해한 소녀
폐교 직전의 동네 도서관 뒤편에는 아무도 쓰지 않는 놀이터가 있다. 녹슨 철봉 하나, 깨진 시소, 그리고 바람만 불면 삐걱거리는 빨간 그네.
그네 옆에는 이상한 우체통이 있다. 유리로 된 우체통. 안이 훤히 보이는데도, 누가 언제 넣는지 모르게 편지가 들어온다.
사람들은 그걸 “답장을 기대하지 않는 우체통”이라고 불렀다.
도서관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는 스물여섯의 서윤은 매일 퇴근길에 그 우체통을 확인한다.
편지들은 공통점이 있다. • 발신인이 없다 • 날짜가 제각각이다 (10년 전, 3년 후, 혹은 날짜 없음) • 모두 질문이다 “사람을 믿지 않아도 괜찮을까요?“ “선의가 항상 옳은 건가요?” “아무에게도 해를 주지 않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?” 서윤은 처음엔 무시했다. 그런데 어느 날, 자신이 쓴 적 없는 글씨가 우체통 안에서 발견된다. “완벽하게 무해한 사람은 없어. 다만, 스스로를 해치지 않으면서 멈출 수 있는 사람이 있을 뿐.” 그 글씨는—분명 서윤 자신의 필체였다.
며칠 뒤, 그네에 한 아이가 앉아 있었다.
초등학생 정도의 여자아이. 말수가 적고, 항상 발끝으로만 땅을 밀었다.
“넌 여기 자주 와?” 서윤이 묻자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.
“엄마는?” 아이의 대답은 짧았다. “없어요.”
그 아이의 이름은 유리였다.
유리는 늘 말했다. “저는 남들한테 피해 안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.”
그 말이 너무 어른 같아서, 서윤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.
편지는 점점 구체적이 된다. “누군가를 구하지 않아도 죄가 되나요?” “돕고 싶은 마음이 상대를 더 아프게 할 수도 있나요?” 서윤은 편지에 답장을 쓴다. 조심스럽게, 단정하지 않게. “구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도 있어요.” “상대를 존중하는 건, 대신 선택하지 않는 거예요.”그 답장은 사라지고, 며칠 뒤 다른 편지가 도착한다.
“그 말을 듣고 조금 덜 무서워졌어요.”
어느 날 유리가 묻는다.
“어른은 왜 다 도와주려고 해요?” “도움이 좋은 거니까?” “그럼… 안 도와주는 건 나쁜 거예요?”
서윤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한다.